벼랑 끝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벗 삼아 온 몸으로 느끼는 '행남 산책로'

9월 어느 날.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 옆 계단으로 일가족이 그늘로 들어와 땀을 식힌다. 초등학생인듯한 딸이 "아빠, 저녁에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은데" 지친듯한 아빠는 잠시 고민하다 웃음으로 해질 때 다시 오기를 약속한다.

울릉도를 가장 잘 표현한 곳을 꼽는다면 화산섬 특유의 태곳적 환경과 절벽 갯바위 풍경이 오롯이 전해지는 행남산책로가 그곳이다.
 

   

1박 2일 팀이 곰 인형을 안고 서울에서 행남등대까지 뛰었던 이곳은 이제 울릉도 대표 관광지로 누구나 인정하는 곳이다.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지형과 풍광, 그리고 특유의 군청색 옥빛 바다를 보고 있으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발걸음 옮기기 힘들다.
 

   

바다로 이어지는 기암절벽과 자연동굴은 그 자체가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여행객들은 그저 느긋하게 온몸의 감각을 깨워 즐겁게 받아들이면 된다.

이곳은 대부분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이 주된 암석이지만 직벽으로 깎아지른 절경과 군청색 옥빛 물빛은 제주도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들과 발아래가 훤히 뚫린 철망으로 되어 있는 다리는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져있다.

한 손으로는 동해 옥빛 바다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그 바다로 뿌리내린 화산 암반을 쓰다듬으며 굽이치다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오게 된다.

이곳은 울릉도 여행 중 가장 아름답고 누구나 온몸의 감각을 열어두고 걸어봐야 할 편안한 산책로이자 울릉도 여행의 최정점이다.
 

   

도동항 - 행남등대 - 촛대암 - 저동항을 잇는 행남산책로는 총 2.6Km로 전 구간을 완주하는데 약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행남산책로는 도동항과 저동항에서 출발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해 약 2시간 정도 길을 걷게 된다.

바다로 쏟아진 절벽 끝으로 인공길이 만들어져 있어 굽이굽이 모퉁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모습들은 보물찾기 마냥 즐겁다.
 

   

군데군데 자연 동굴이 숨어있고 목이 마를 즈음 절벽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약수를 맛볼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한참을 걷다 보면 바닷길 끝, 울릉도에서 가장 남동쪽에 있는 마을인 행남마을이 나타난다.

겨울에도 살구꽃을 볼 수 있는 따뜻한 이 마을 어귀에 한그루의 자연생의 큰 살구나무가 있었다고 하여 "살구남(행남)"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지형이 뱀의 입처럼 되었다고 하여 "사구남"이라고도 한다.
 

   

마을 옆으로 대나무 숲을 지나 오르막을 타박타박 걷다 보면 또 다른 숲길이 나타난다.
 

   

해송 사이로 이어지는 등대 오솔길은 10월이면 길옆으로 핀 노란 털머위 꽃이 발길을 붙잡고 향기에 취하게 한다.
 

   

그 숲길 끝, 모퉁이 돌면 행남마을에서 약 400미터 거리에 위치한 도동 항로 표지 관리소(행남등대)가 자리 잡고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건물 오른편 계단을 따라올라 돌고래 조형물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광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가득 찬다.
 

   

왼편으로는 산책로가 이어지는 저동 해안 길이 있다. 그 길로 이어진 촛대바위와 저동마을이 보이고 눈을 돌려 바다를 보면 북저 바위와 죽도 그리고 저 멀리 관음도가 선명하다. 모든 걸 잊고 눈앞에 펼쳐진 절경을 하나도 남김없이 맘속에 담아두는 것도 좋다.

다시 전망대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좀 전에 지나왔던 행남마을 대나무길을 따라 내려가지 않고 그냥 직진하여 걷다 보면 또 다른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여기서 표지판을 잘 봐야 한다.

잘못 접어들면 다시 행남 마을로 내려가거나 산길로 접어들어 산을 넘어 도동으로 내려가게 된다.
갈림길에서 저동방향으로 조금만 가다 보면 조금 전 전망대에서 본 저동쪽 풍광이 펼쳐진다.
 

   

저동으로 가기 위해서 소라 계단이라 불리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거나 걱정이 된다면 돌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소라 형 나선계단은 원형식 계단으로 57m의 높낮이 차가 있다. 노약자나 임산부 등은 출입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소라 계단을 내려와 군데군데 만나는 아치형 철제 육교를 몇 개 건너면 저동 촛대바위와 만난다. 저동항이다.

지나는 길에 바위에 자라고 있는 울릉도 자생 식물들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또한, 바닷속 식생을 눈으로 익히는 것 역시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이렇게 울릉도를 대표하는 해안 산책로도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산책로 위로 파도가 올라와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수시로 길을 폐쇄한다.
여행자들은 산책로 입구의 문이 닫혀 있다면 출입을 삼가야 한다. 특히 봄철 해빙기 낙석의 위험과 풍랑주의보, 강풍 주의보, 태풍주의보 등 자연재해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지역으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날씨 때문에 해안 산책로를 따라 행남을 볼 수 없다면 또 다른 길이 있다.
울릉군청 뒤로 행남 등대(도동 항로 표지관리소)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 길은 울릉도 산속 절경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숲길이다.

물론, 갔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좌우를 기준 잡아 즐긴다면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군데군데 만나는 해송과 삼나무 등 울릉도 산속의 수많은 수종이 뿜어내는 상쾌함을 온몸 가득 담고 돌아오면 된다.

울릉도 행남 산책길은 누구나 쉽게, 편한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여행자뿐 아니라 주민들 역시 조용하게 휴식을 즐기며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억지 시간을 내서 다녀오기보다 여행 중간 짬 나는 시간을 이용해 다녀올 충분한 가치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해안 산책로이다. 이곳을 지나치고 울릉도 여행을 완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행남 산책로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전국 52개 아름다운 해안 누리길 중 한 곳으로 울릉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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