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욕망을 부추기는 교육 이제 그만 하자!

  ▲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소장 이찬교

반별 우승을 다투는 교내체육대회에서 우승한 반이 상품으로 10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받았다. 담임교사가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피자파티를 하자’, ‘치킨 파티를 하자’, ‘돈 좀 더 모아서 삼겹살 파티를 하자’ 등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소리친다. 그 중 한 학생이 ‘체육대회 우승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어야 합리적이다.

선수로 뛰기는커녕, 응원도 제대로 안한 학생들이 있다 그들까지 다 혜택이 돌아가면 안된다.’고 딴에는 진지하게 주장했다. 일순 조용해지면서 그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자본이 주입한 경제 논리가 이렇게 어느덧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있다.‘합리적’이라는 말마저도 두려운 말이 되어 버렸고 이제 학급공동체라는 말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학교 내 상벌점제에 이어 학급에서 벌금제를 공공연하게 시행하고 있다. 지각 한번 하면 500원, 자율학습 무단조퇴하면 500원, 복장위반이나 두발 단속 당하면 500원, 담당구역 청소 안하면 300원 등등. 때론 이것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기도 한다.

학생들의 자의식이 자라면서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구겨 넣으려니 신체적 체벌이 사라진 자리에 자본의 폭력적 방식이 별 문제 없이 들어 와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오직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이기지 못한 자들은 스스로 패배자가 되어 자존감이 사라진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학교의 틀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승자독식이란 자본의 사고 체계가 스멀스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리 사회 곳곳에 아무런 저항감 없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자본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공교육 현장이 자본의 경제 논리에 의해 운영되고 그 속에 있는 학생, 교사들은 천박한 자본의 의식 세계에 포섭되어 있는 것이다.

전국연합 수능형 모의고사를 치는 날!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말한다. ‘국민세금으로 여러분들 학력 수준을 테스트하는 것이고 시험 치는 과정도 공부하는 과정이니 시험 문제라도 좀 제대로 읽고 최선을 다해서 풀어라’고. 하지만 시험 시작 5분 정도 지나자 엎어져 자는 녀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 녀석들 답안지 확인해 보면 싸인펜으로 똑 같은 번호를 한 줄로 내리 그어 기둥을 세워놓았다. 모의고사 결과가 나왔다. 참 희한할 때도 있다. 똑같이 기둥 세웠는데도 다섯 번호 가운데 어느 번호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9등급에서 7등급까지 달라지기도 한다. 정신 차려서 쉬운 문제 몇 문제라도 풀면 6등급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이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그저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를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이들도 사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호기심 많고 미래를 꿈꾸는 영혼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고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이들은 점점 학습으로부터 소외되면서 학업에서 멀어진다. 이것은 우리나라 학교가 이제까지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역할보다는 시험에 의해 자신의 서열을 확인시키는 역할을 더 즐겨(?)해 왔기 때문이다.

그냥 선착순만 시키고 있는 것이다. 성적을 통한 선착순 매기기가 바로 우리의 학교교육의 실정이었다. 경북은 지금까지 이 교육을 ‘명품교육’이란 이름으로 시행해 왔다.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열화 된 대학에 진학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열화 된 사회인이 된다. 그 서열의 사다리 오르기가 교육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교육이 생존을 위한 투쟁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가? 교육으로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 작금의 현실에서 일부 학부모의 욕구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공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당국은 교육 본질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교육 당국이 오히려 욕망을 부추기는 교육에 앞장 설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저 고등학교 정문에 펼쳐져 있는 명문 대학 입학 축하 펼침막을 걷어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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